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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놀이 쓸기 |
| 한 겨울 대나무 비로 쌓인 눈을 쓸어본다. 빗자루의 결. 그 속에 묻어나오는 층층의 흙과 낙엽이 그림을 만든다. 그 그림 속에서 수십 결의 색을 본다. 색 놀이다. 색을 쓸면서 논다. 쓸기의 결, 새월의결, 색의 결이 나의 그림이다. 나는 원하는 색이 나올때까지 색을 섞고 또 섞어서, 화면에 붓고, 빗자루로 쓸고, 붓고, 쓸기를 반복한다. 밑 색이 다 마르고 난 후 다른 색을 붓고 쓸기도 하고, 밑 색이 반쯤 말랐을때 새로운 색을 위에 아니면 그 곁에 붓고 쓸기도 하고, 두 종류나 세종류의 색을 동시에 붓고 그 위를 쓸기도 한다. 각각의 색은 홀로 존재하기도 하고, 곁의 색과 융화하고 함께 반응하며 떨기도 한다. 수평으로 쓴다. 휘몰라치는 감정의 굴곡을 추스르고 통제하며, 의식적으로 수평으로만 쓴다. 물이 수평을 이루며 흐르듯이 쓸고 또 쓸고, 혼탁한 것들을 쓸고, 마음을 쓸고, 상처를 쓸고, 기쁨을 쓸어 내린다. 색들의 진동, 메아리 그리고 색들의 교향곡이 화면 가득히 그리고 온 화실 안에 울려펴진다. 색의 혼은 살아서 움직이며, 내 영혼을 맑게 적시며, 이 우주의 깊은 진공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쓸기를 끝내고 난 후, 앞으로 나느 닦기를 하겠다. 깨끗이 쓴 후에 닦기 즉 '쓸고 닦기' 이다. 청소를 한다. 그 무엇을 청소하는 것이라도 좋다. 내 화면을 걸레로 닦을 것이다. 온화면 구석 구석을 색 걸레로 닦을 것이다. 그리고, 먼 후에 아니면 어쩌면 가까운 장래에, 나는 색으로 농사를 짓겠다. 색농사이다. 농부가 흙을 갈아 아름다운 흙의 결을 만들어, 그속에 씨를 심고 생명을 키워, 무덥고 힘든 세월을 묵묵히 참고 기다려 곡식을 거두듯이, 나는 화면에 색을 갈고 뒤집어 색의 씨를 심어 색으로 농사를 지어 그 결과를 기다리겠다. 이 우주에 절대자와 절대적인 질서가 존재한다면, 나는 땀 흘려 색 농사 지은 이화면을 통화여 그 절대자의 미의 세계와 겸손히 만나고 싶다. |
| 노정란, 2009년 10월 12일 아침에 |